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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남원여행 2일차 _ 지리산 허브밸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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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남원여행 2일차 _ 지리산 허브밸리

팽이a 2019. 9. 28. 01:46

8.31

 

구 서도역은 못 갔으니 허브밸리는 꼭 가고 싶었다.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일찍 일어난 것 까지는 좋았는데 ..... 고생길만 가득했던 하루였다 ㅠㅠ 

지리산 허브밸리 가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허브밸리를 가는 버스를 네이버로 검색해 8시 25분 차를 타러 나갔다.

근데 찾아간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버스 시간표에는 8시 25분 차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8시 30분이 넘거 40분이 넘어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네이버.. 안 믿을꺼야!!

네이버가 틀렸고 버스 정류장에 있던 시간표가 맞았다.

8시 54분 버스를 타고 허브밸리로 향하는데 하필 이 기사님이 내가 남원에서 만난 사람 중 유일하게 불친절했다.

아니, 무서웠다.ㅠㅠ 

 

남원 버스는 원래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 방식이었던 듯 하다. 생각해보면 예전 내일로로 처음 남원에 왔을 때도 뒤로 탔었다. 암튼, 그게 요 근래 앞에서 타고 뒤로 내리는 방식으로 바뀐 것 같았다.

이렇게 바꼈다는 걸 할머님들이 잘 모르셔서 뒤로 타시려고 하니 버스기사 아저씨가 소리를 질렀다.

 

"앞으로 타세요!"

갑자기 소리지르셔서 놀랐는데 그 뒷말에 더 놀랐다. 기사님은 짜증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덧붙였다.

"하여간, 노인네들..."

이거 분명히 그 할머님도 들으셨을거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내가 내려야 할 곳에 다다랐다.

문제는 네이버에서 찾은 정류장 이름이 계속 나오지 않았다는 것과 버스의 안내방송에서는 이번 정류장만 알려줄 뿐 다음 정류장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제 내려야 하나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그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내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친 것이다.

긴가민가한 곳이 있어 내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내가 찾았던 그 정류장 이름이 아니여서 안내렸는데 

달리는 버스의 창문 밖으로 '지리산 허브밸리' 라고 적힌 푯말이 보였다. 

버스는 그 푯말을 지나 마을을 벗어나 버리고 말았다. 

 

이 버스가 시골을 쫙 도는 버스라서 정류장 사이의 거리가 꽤 멀다. 진짜 먼 거리는 한 정거장 사이가 버스로 10분이 넘는 곳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 푯말을 보자마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지만 정작 아저씨한테 세워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무서워서..ㅠㅠ 

 

결국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정류장의 간격이 그렇게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인도는 없이 차만 다니는 시골길이었지만 충분히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옆에 차가 설 수 있는 갓길이 있어서 그 길로 버스가 지나친 길을 쭉 걸어갔다. 

 

왜 요즘 버스에는 버스 노선도가 없는 건지.... 그것만 있었어도 제 때 내릴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걸어가다 갓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급하게 카카오택시를 깔고 택시를 불렀다. 

거금 5,000원을 내고 겨우겨우 허브밸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힘들게 도착하고 나니 둘러보기도 전에 돌아갈 것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표를 구매하며 남원역에 어떻게 가야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차를 타고 오는지(주차장이 엄청 넓긴 했다) 남원역 가는 방법을 잘 모르셨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남원 사람들의 친절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남원역 가는 방법을 알아봐주신 것이다.

 

진짜진짜 친절하셔 ㅠㅠ

 

허브밸리는 어디서부터 봐야하는지, 남원역 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야하는지 정말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덕분에 마음놓고 구경할 수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 바로 보이는 허브밸리 건물.

여기서부터 허브밸리가 시작한다. 

건물 안에 들어서서 바로 왼쪽으로 향하면 허브 식물원이 있다. 

식물원을 보기 전, 식물원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전시관? 체험관을 먼저 보고 가는게 좋다.

허브복합토피아관 이란다.

 

이곳은 허브가 무엇인지, 어디에 쓰이는지, 허브의 종류 등이 안내되어 있었다.

전시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향긋한 허브향이 나를 감쌌다. 

생각지도 못한 허브향을 맡자 기분이 훅 좋아졌다.ㅎㅎ 

그림들과 같이 쉽게 설명이 되어 있고 허브 향을 직접 맡아볼 수도 있어 아이들도 재밌게 둘러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브요리를 만드는 게임도 있었는데 솔직히 이건 딱 애들용 ㅋㅋㅋ

요런 게임;; ㅎㅎㅎ

 

나는 여기서 마늘이 허브라는 걸 처음 깨달았다.

뭔가 내가 생각했던 허브의 이미지에는 마늘이 좀 안어울린달까? ㅎㅎㅎ

 

전시관을 둘러봤으면 이젠 진짜 식물원을 볼 차례!

순서를 알려주는 귀여운 마스코트~~

곳곳의 포토스팟!

 

귀여운 어린왕자까지 ㅋㅋㅋ 

2층으로 이어진 길로 식물원을 나오면 이제 정원을 구경할 차례이다. 

 

사실 이 정원을 기대하고 방문 한 것이다. 

내가 간 시기가 꽃을 보기에는 애매한 기간이라 꽃이 만발한 장면을 기대하고 간 것은 아니나 

예쁜 풍경을 기대하고 간 것은 맞다. ㅎㅎ 

 

그리고 실제로 잘 꾸며 놓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실망했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좋았다.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내가 산에 온건지 공원에 온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정비가 하~~~나도 안되어 있었다. 

걷는 내내 나뭇가지이며 길게 자란 풀들을 헤치며 걸어야 했다. 

동화마을이라는 컨셉으로 위의 여우처럼 곳곳에 동물모형이 있었고, 

이렇게 동화 속을 재현해놓은 것들도 있었지만 

풀이 너무 자라 헤치고 들어가지 못해 포기했다. 

 

걷는 내내 이 시기에 얼마나 사람이 안오면 이렇게 정비를 안 해놓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하며 열심히 사진찍으며 즐기려고 노력했다 ㅋㅋㅋ 

 

아, 벌레 싫어하는 사람 절대 비추.

진짜 숲을 헤치며 등산 할 때처럼 벌레가 많았다. 

 

근데 진짜 꾸며놓기는 잘 꾸며놓았다.

정비만 되어 있었어도 진짜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 ㅠㅠ 

 

풀로 덮여있어서 도저히 못 들어가겠는 곳은 피해서 돌아다녔다. 

풀이 많을수록 벌레도 많았다..ㅠㅠ

 

결국 여기까지 갔다가 빽했다.

여기도 정비만 되어 있으면 재밌게 놀다 갔을 것 같은데!!

여긴 정말 풀밭이었다. 아에 길이 없었다.

미니하우스들도 풀들로 가득했고 망가져 있는 것도 있었다.

 

'이 정도면 많이 올라왔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내려갔다 ㅋㅋㅋ 

그래도 역시나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나비 사진을 찍었다 ㅋㅋㅋ 

이렇게 놀다가 내려오는 길에 압화전시관이라고 적혀있어서 들어갔다.

압화를 처음 봤는데 수묵화 같은 것이 정말 예뻤다.

작은 전시실이였지만 허브밸리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을 묻는다면 나는 여기를 얘기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기가 제일 좋았다.

(정원은 힘들기만 했어...)

 

자, 이제 마지막으로 허브체험을 해봅시당!

나는 허브 미스트를 만들었다.

만드는 법은 이렇게 종이에 다 적혀있어서 어렵지는 않았다.

미스트 만들고 카페에서 조금 쉬다가 매표소 아래쪽의 정원으로 향했다.

 

힘들었던 허브밸리 끝! 

 

생각보다 사진이 잘나와서 좀 당황스럽네?;;

되게 별로였는데 사진으로만 보면 괜찮아보이네...;;

 

아! 한가지.

내가 허브벨리를 둘러보는 2시간 동안 (오픈 시간 맞춰서 도착했다) 나 이외의 관광객은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다만, 내가 미스트를 만들러 갔을 때 뒤의 단체 예약이 있어 단체 손님을 위한 체험 준비에 바쁘시긴 했다. 

 


https://www.jirisanherbvalley.com/

 

지리산허브밸리

허브체험농원 다양한 허브를 볼 수 있는 힐링체험관광의 최고 명소 더보기

www.jirisanherbvalley.com

입장료

입장 시간 10:00~17:00 관람 시간 10:00~18:00

 

*운봉 시내에서 걸어갈 수 있음


자, 다 보았으니 돌아가야지.

아까 탔던 택시를 다시 불러야 하나 고민하다가 분명히 팜플렛에 '운봉시내에서 1km 도보 이동' 이라고 적혀있었기에 팜플렛을 믿고 걸어가보기로 했다. 

 

구글맵 없었으면 어떡할뻔 했나몰라.

구글맵 키고 걸어가니 걱정했던 것보다 멀지는 않았다 ㅎㅎ 

이런 길을 쭉~ 걸어가면 되는데

아까 올 때 걸었던 인도없는 차도보다는 훨씬 낫지 ㅎㅎ 

양 옆으로 펼쳐진 초록밭과 푸른 하늘을 구경하며 걸으니 힘들지 않았다. 

근데 아까의 트라우마인지 혹시 인도가 중간에 끊기는 건 아닌지 계속 걱정하며 걸었다 ㅋㅋㅋ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운봉시내의 우체국 앞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 맞춰 버스 기다리다 타고 오면 되었다. 

 

버스 정류장 앞에서 찍은 시간표.

네이버 믿지 마세요. 

정류장 시간표를 믿으세요! 

 

난 1시 5분 버스를 타고 무사히 남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때도 반대편에서 기다리다가 갑자기 쎄해져서 옆에 계신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건너편이라고 하셔서 얼른 건너가서 탔다. 내가 건너간지 1분만에 버스가 왔으니 하마터면 놓칠뻔했다..;;

 

역시나 내릴 때가 제일 문제 ㅠㅠ 

이번에도 내리는 곳을 몰라 구글맵 키고 긴장타고 있다가 대충 찍어 내렸는데 근처여서 다행이었다.

그나마 남원시내? 쪽은 전날에 돌아다니며 눈에 익혔기에 놓치지 않고 내릴 수 있었다. 

만약 놓쳤으면 남원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했다.

 

암튼, 허브밸리 간다고 고생 엄~~~청 하다가 돌아왔다 


택시비 5,000원

허브밸리 입장권 6,000원

바닐라라떼 + 블루베리 베이글(허브벨리 카페) 5,500원

허브 미스트 만들기 8,000원

뜰아래 게하 바닐라라떼 + 당근케이크 11,000원

 

현재까지 : 89,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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