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 이야기/하리의 작은 책방

최승자 - 쓸쓸해서 머나먼 [문학과지성사]

팽이a 2019. 10. 13. 16:38


1.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아도 없는 것은 아니다
나무들 사이에 풀이 있듯
숲 사이에 오솔길이 있듯
 
중요한 것은 삶이었다
죽음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 거꾸로도 참이었다는 것이다
 
원론과 원론 사이에서
야구방망이질 핑퐁질을 해대면서
중요한 것은 죽음도 삶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삶 뒤에 또 삶이 있다는 것이었다
죽음 뒤에 또 죽음이 있다는 것이었다









2. 시간입니다


과거를 현재로 살고 있는 사람들
파먹을 정신이 없어서
과거를 오늘의 뷔페식으로
섞어 먹는 사람들
언제쯤 그 정신이라도
끝날 날이 없을까
그 정신 뷔페식을
같이 먹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우겨대는 사람들
그냥 꿈결이었다고
건너 뛸 수는 없을까
해 지고 달 떠도
정신은 아귀아귀여서
과거의 바윗덩어리라도
삶아 뜯어 먹어야 한다는 사람들
과거 때문에 현재도 미래도
다 놓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찰칵찰칵 시간이 잘 지나갑니다

혹은 엘리엇적으로 시간입니다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