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강신주. 리디북스]
1.
꿈을 꿀 때 우리는 자신이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꿈꾸고 있으면서 꿈속에서 꾼 어떤 꿈을 해석하기도 한다.
우리는 깨어나서야 자신이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지 완전히 깨어날 때만, 우리는 이것이 완전한 꿈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 장자
2.
사랑이란 만남의 영향 아래 내가 그 만남에 실질적으로 충실하고자 한다면,
나의 상황에 '거주하는' 나 자신의 방식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바꾸어야만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 알랭 바디우
3.
우리는 마찰이 없는 미끄러운 얼음판으로 잘못 들어섰던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 조건은 이상적인 것이었지만 그로 말미암아 우리는 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마찰이 필요하다.
거친 땅으로 되돌아가자!
- 비트겐슈타인
4.
반대, 탈선, 유쾌한 불신, 조롱하는 습관은 건강하다는 신호들이다.
무조건적인 모든 것은 병리학에 속하는 것이다.
- 니체
5.
모든 종교는 공포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
악천후, 천둥, 폭풍 등이 이런 공포의 원인이다.
자연 현상에 대해 무력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은 자신보다 강한 존재에게서 도피처를 찾고자 했다.
나중에 가서야 야망을 가진 사람들, 교활한 정치가와 철학자들은 사람들이 쉽게 믿는 경향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줄 알게 되었다.
- 장 바티스트 드 브아예
6.
실존은 본질에 앞서서 온다.
혹은 당신이 다른 표현을 원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주관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 사르트르
7.
우주는 사람으로부터 결코 분리된 적이 없다.
사람들 스스로가 우주로부터 분리되는 것이다.
- 육구연
8.
자네가 이 꽃을 보기 전에는 이 꽃은 자네와 함께 고요한 상태에 있었네.
자네가 와서 이 꽃을 보는 순간 이 꽃의 모습이 일시에 분명해졌네.
이로써 이 꽃은 자네의 의식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네.
- 왕수인
9.
사물이 우리를 귀찮게 치근거린다면, 이 불편함을 표현할 수 있는 비판이 있어야 한다.
비판은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적당한 가까움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다.
- 페터 슬로터다이크
10.
이 사람의 나이는 문제가 아니다.
그는 아주 늙었을 수도 있고, 아주 젊었을 수도 있다.
핵심적인 것은 그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어디론가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언제나 그는 미국 서부영화에서 그런 것처럼 달리는 기차를 탄다.
자기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전혀 모르면서.
- 루이 알튀세르
11.
권력이라는 정치적 관계는 착취하는 경제적 관계에 선행하며 그것을 만들어낸다.
소외는 경제적 소외이기 이전에 정치적 소외다.
권력은 노동에 선행하며, 경제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의 파생물이고, 국가의 생성이 계급의 출현을 규정한다.
- 클라스트르
12.
허영은 사람의 마음 속에 너무나도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어서 병사도, 아래 것들도, 요리사도, 인부도 자기를 자랑하고 찬양해 줄 사람들을 원한다.
심지어 철학자도 찬양자를 갖기를 원한다.
이것을 반박해서 글을 쓰는 사람들도 훌륭히 썼다는 영예를 얻고 싶어 한다.
이것을 읽는 사람들은 읽었다는 영광을 얻고 싶어 한다.
- 파스칼
13.
어떤 위대한 것도 한 송이의 포도나 무화과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당신이 내게 무화과를 원한다고 말한다면, 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줄 것이다.
우선 그것이 꽃을 피우고, 그 다음에 열매를 맺고, 마지막으로 익기를 기다려라.
- 에픽테토스
14.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상품들로 자신을 인식한다.
그들은 자신의 자동차, 오디오 세트, 복층집, 부엌 장비에서 자신의 영혼을 발견한다.
- 마르쿠제
15.
인간의 삶이 단지 인간의 삶이기 때문에 성스럽다는 관념은 중세적이다.
- 피터 싱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