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하리의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

정호승 - 당신을 찾아서 [창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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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 당신을 찾아서 [창비]

go by HARI 2021. 8. 13. 20:27

섬진강에서

가을 햇살에 찬란한 강 물결을 바라보며
그것이 강의 전부라고 생각한 것은 내 잘못이다

강이 강바닥을 흐르는 줄 알지 못하고
물고기들이 강의 바닥에 사는 줄 알지 못하고

가을 햇살에 눈부신 강의 물결만 바라보고
그것이 강의 모든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 것은 내 잘못이다

물고기들이 죽어서야 강물 위에
허옇게 배를 드러내고 둥둥 떠도는 까닭은
평생을 강의 바닥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내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텅 빈 마음으로
푸른 하늘을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는 까닭은

나도 평생 바닥에 누워 잠이 들고
바닥에서 일어나 아침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요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역 앞에 있는 스마트 도서관에 자주 들르곤 한다. 엊그제 시집을 읽고 싶어 시집을 검색해보았다. 단 세 권의 책만이 검색되었다. 스마트 도서관이 자판기 형태라서 현저히 적은 종류의 책만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세 권은 너무하지 않은가. 조금 더 다양한 책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우리 지역의 스마트 도서관은 신권이 잘 입고되지 않는 듯하여 섭섭하다. 주식과 관련된 책이나 보노보노, 라이언 등의 인스턴트 감성 책은 그만 들어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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