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하리의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

최승자 - 빈 배처럼 텅 비어 [문학과지성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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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 빈 배처럼 텅 비어 [문학과지성사]

팽이a 2019. 10. 13. 16:39

1. 어느날 나는


하늘이 운다
구름이 운다
일생이 불려가고 있다

어느날 나는
마지막 저녁을 먹고 있을 것이다









2. 시간은 흐리멍덩


시간은 흐리멍덩
이렇게도 지나가도 저렇게도 지나간다.
시간은, 고래로부터의 역사적 시간은
모두가 구름들일까
시간은 흐리멍덩
이렇게도 지나가고 저렇게도 지나간다.
우리의 꿈들도 그렇게 흐리멍덩하게 지나간다









3. 모든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이 그러나저러나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래도 언제나 해는 뜨고 언제나 달도 뜬다
저 무슨 바다가 저리 애끓며 뒤척이고 있을까
삶이 무의미해지면 죽음이 우리를 이끈다
죽음도 무의미해지면
우리는 허와 손을 잡아야 한다









4. 그리하여 문득


그리하여 문득 시간이 끝난 뒤
허공을 불어가는 고요한 바람 소리
붙박이 별도 떠돌이 별도 사라진 뒤

그리하여 모든 시간이 끝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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