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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하리의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
알베르 카뮈 - 이방인 [문예출판사] 본문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책 중 후반부에서, 신부에게 주인공이 길게 말하는 부분과 사형 집행 바로 직전 그가 생각하는 내용을 보았을 때 니체가 떠올랐다. 그 부분에는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이 짙게 드러나 있었다. 주인공은 현재에 맞닥뜨린 육체의 감각에 집중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화물차를 쫓을 때 느꼈던 육체의 느낌. 바닷 속을 유영할 때 느끼는 촉감과 소리, 냄새 등이 그러하다. 그가 삶을 인식하는 방법은 그것이 전부이다. 또한 그는 죽음과 삶, 어떤 특정한 것들이 계속 반복되는 독백을 하는데, 그 부분을 보니 다중우주의 무수히 많은 나와 카르마와 윤회가 떠올랐다. 그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무엇으로 받아들이는데, 이는 그의 태도를 메멘토 모리로 해석할 수 있다.
알베리 카뮈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바로 그때 화물 자동차 한 대가 쇠사슬 소리와 엔진 소리를 요란스럽게 내면서 달려왔다. 에마뉘엘이 물었다. "집어탈까?" 나는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우리를 지나쳐버리자, 우리는 그 뒤를 따라 달려갔다. 나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다만 기중기며 또 다른 기계들, 수평선 위에서 춤추는 돛대, 옆을 지나치는 선체들 가운데서 그저 마구 내달리는 육체의 약동을 느낄 뿐이었다. 내가 먼저 달리는 차에 발을 붙이고 매달려 가면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에마뉘엘이 기어올라 앉는 것을 거들어주었다. 우리는 숨이 찼다. 자동차는 부두의 고르지 못한 도로 위로 먼지가 자욱한 햇빛 속을 덜컹거리며 달렸따. 에마뉘엘은 숨이 넘어갈 만큼 웃어댔다. (36p)
형무소에 수감되어 처음에 가장 괴로웠던 일은 내가 자유로운 사람의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가령 바닷가로 가서 물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 솟곤 했다. 발 밑의 풀에 부딪히는 첫 물결 소리, 물 속으로 몸을 담글 때의 촉감, 그리하여 느끼는 해방감, 그러한 것들을 상상할 때, 갑자기 나는 감옥의 벽이 그 얼마나 답답하게 나를 둘러싸고 있는지를 느꼈다. 그런 상황이 몇 달 동안 계속되었다. 그 다음에는 죄수로서의 생각밖에 없었다. 나는 매일 안뜰에서 하는 산책 시간, 아니면 변호사의 방문을 기다렸다. 나머지 시간은 그럭저럭 보낼 수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내가 만약 마른 나무 둥치 속에 들어가 살게 되어 머리 위 하늘에 피는 꽃을 바라보는 것밖에 다른 할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게 된다고 하더라도, 차츰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지나가는 새들이나 마주치는 구름들을 기다렸을 것이다. 마치 여기서 변호사의 야릇한 넥타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듯이, 또 저 바깥 세상에서 마리의 육체를 껴안을 것을 기다리며 토요일까지 참고 지냈듯이. 그런데 결국 생각해보면 나는 마른 나무 둥치 속에 들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이건 어머니의 생각이었는데 어머니는 늘 말하기를, 사람은 무엇에나 결국은 익숙해지는 법이라고 했다. (92~93p)
거듭 말하자면, 문제는 다만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과거를 추억하는 것을 배운 뒤로는 심심해서 괴로운 일은 없게 되었다. 이따금 나는 나의 방을 생각했다. 그 한구석으로부터 출발해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인데, 그러면서 도중에 있는 것을 모두 머릿속으로 따져보곤 했다. 처음에는 아주 빨리 끝나버렸는데 그 후로 다시 되풀이할 적마다 조금씩 시간이 길어졌다. 왜냐하면 있는 가구를 전부 하나씩 생각하고, 또 그 가구마다 그 속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모두 하나씩 생각하고, 또 그 물건마다 그 세밀한 곳까지 생각하고, 그러한 세밀한 점들, 상감된 무늬라든가 흠이라든가 이 빠진 가장자리라든가, 그런 것들에 관해서 그 빛깔 또는 결 같은 것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내 재산 목록에 무엇 하나 빠짐없이 온전하 일람표를 만들려고 힘썼다. 그리하여 몇 주일 후에는 내 방 안에 있는 것들을 따져보는 것만으로 여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처럼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등한히했던 것, 잊어버렸던 것들을 기억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단 하루만 산 사람이라도 쉽사리 백 년쯤은 감옥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추억할 거리가 있어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건 편리한 일이었다. (95p)
빛과 어둠이 교차하고 시간은 흘렀다. 감옥에 있으면 시간 관념을 잃어버리고 만다는 얘기를 읽은 일이 있었지만 그때는 그러한 것이 나에게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했었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길고 동시에 짧을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지내기는 물론 길었지만, 너무나 길게 늘어나서 하루하루는 넘쳐 서로 겹치고 마는 것이었다. 세월은 이름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어제 혹은 내일이라는 말만이 나에게는 의미를 잃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97p)
'그래 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거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죽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러나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결국 서른 살에 죽든지 예순 살에 죽든지 별로 다름이 없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그 어떤 경우든지 그 후에 다른 남자들, 다른 여자들이 살아갈 것은 마찬가지요, 그리고 여러 천 년 동안 그럴 것이니까 말이다. 요컨대 그것은 지극히 명백한 일이니까 말이다. 지금이건 십 년 후건 내가 죽을 것임엔 다름이 없었따. 그때 그러한 나의 이론에서 좀 거북스러운 것은 앞으로 올 이십 년의 생활을 생각할 때 나의 마음 속에 느껴지는 무서운 용솟음이었다. 그러나 이십 년 후에 어차피 그러한 지경에 이르렀을 적에 내가 가지게 될 생각을 상상함으로써 그것도 눌러버리면 그만이었다. 죽는 바에야 어떻게 죽든, 언제 죽든,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명백한 일이었다. (135~136p)
그와 마찬가지로 내가 죽은 뒤에는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릴 거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죽고 나면 사람들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일은 생각하기 괴로운 것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사람이란 결국 무슨 생각에든지 나중에는 익숙해지고 마는 법이다. (137p)
너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실한 자각조차 없지 않느냐? 나는 보기에는 맨주먹 같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확신이 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그것은 너보다 더 강하다. 나의 인생과 닥쳐올 이 죽음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내게는 있어. 그렇다. 내게는 이것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진리를 그것이 나를 붙들고 놓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굳게 붙들고 있다.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언제나 또 옳으리라. 나는 이렇게 살았으나, 또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하고 저런 것을 하지 않았따. 어떤 일은 하지 않았지만 이러저러한 다른 일은 했다. 그래 어떻단 말인가? 나는 마치 저 순간, 나의 정담함이 인정될 저 새벽을 여태껏 기다리며 살아온 것만 같다. 아무것도 중요한 것은 없다. 나는 그 까닭을 알고 있다. 너도 그 까닭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생애에선 미래의 구렁 속으로부터 항시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도 오지 않은 세월을 거쳐서 내게로 불어 올라오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더 실감난달 것도 없는 세월 속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모두 다 그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서 서로 아무 차이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의 사랑, 그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너의 그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생활, 사람들이 선택하는 숙명, 그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단지 하나의 숙명이 나 자신을 사로잡고, 나와 더불어 너처럼 나의 형제라고 하는 수많은 특권을 가진 사람들을 사로잠는 것이 아니냐!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지고 있다. 특권을 가진 사람들밖에 없는 것이다. 장차 다른 사람들도 또한 사형을 받을 것이다. 살인범으로 고발되어 내가 어머니의 장례식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해서 사형을 받는다고 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살라마노의 개나 그의 마누라나 그 가치를 따지면 매한가지다. 꼭두각시 같은 그 자그마한 여자도 마송과 결혼한 그 파리 여자나 마찬가지로, 또 나와 결혼하고 싶어하던 마리나 마찬가지로 죄인인 것이다. 셀레스트는 그 성품이 레몽보다 낫지만 셀레스트와 마찬가지로 레몽도 나의 친구라고 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기 있단 말인가! 마리가 오늘 또 다른 한 사람의 뫼르소에게 입술을 내바치고 있다 한들 그것이 어떻다는 말인가! 이 사형수야! 너는 도대체 알기나 하느냐? 미래의 구렁 속으로부터…… 그 모든 것을 외쳐대며 나는 숨이 막혔다. 이미 신부를 나의 손으로부터 떼어놓는 간수들이 나를 흘겨보고 있었다. 그러나 신부는 그들을 진정시키고 잠시 묵묵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히 괴어 있었다. 그는 마침내 돌아서서 가버렸다. (143~145p)
들판의 소리들이 나에게까지 들려왔다. 밤 냄새, 흙 냄새, 소금 냄새가 관자놀이를 시원하게 해주었다. 잠든 여름의 그 희한한 평화가 조수처럼 내 속으로 흘러들었다. 그때 밤의 저 끝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그것은 이제 나에게는 영원히 관계없는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고 있는 것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어머니를 생각했다. 만년에 왜 어머니가 약혼자를 가졌었는지, 왜 생애를 다시 꾸며보려 했는지 알 수 있을 듯했다. 그곳, 생명들이 꺼져가는 그 양로원 주변에서도 져넉은 서글픈 휴식 시간 같았을 것이다. 그처럼 죽음 가까이서 어머니는 해방감을 느끼며,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마음이 생겼을 것임에 틀림없다. 어느 누구도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괴로움을 씻어주고 희망을 안겨주기라도 한 듯 신호들과 별들이 가득 찬 밤하늘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그처럼 세계가 나와 다름없고 형제 같음을 느끼며, 나는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하기 위해서, 내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 이제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끈들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145~1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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