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이라도, 몇 분간 자기 손만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그 위로 개미가 기어가거나 그 아래로 맥박이 뛰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특정한 무엇에 너무 과도하게 집중하면 부정적인 것에 초점이 모아진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이 기분 나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암이 아닐까, 건강진단에서 놓친 숨겨진 질병이 있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사람은, 소화가 조금만 안 되어도 ‘위암’을 걱정하게 되고, 가슴에 미세한 불편감이 있으면 ‘심장에 문제가 생긴 건가?’ 하며 불안해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몸에 좋다는 음식만 열심히 찾아 먹으면, 그 사람의 마음까지도 행복해질까? 클리닉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질병 예방을 위한 식습관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정도를 훌쩍 넘어서는, 오소렉시아(Orthorexia, 건강한 식습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병) 환자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가끔 본다. 자신이 먹는 것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전문가에게 물어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일일이 확인하려 든다. 사소한 먹거리 하나도 그냥 먹지 않고 지나치게 의심한다. 이렇게 되면 마음 편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힘들다. 뭐든 지나치게 집중하면 오히려 독이 되는 법이다.
나 아닌 다른 것에 에너지를 쏟지 않은 채 자신에게만 몰두하면 ‘나는 한심하고 무능해’ 라고 자책하게 되거나, 스스로의 부족한 점만 눈에 들어온다. 자신에게서 시선을 아예 떼지 못하는 사람은 항상 고칠 곳과 약점만 파고들게 된다. 특히 기분이 우울하고, 불안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결점에 더 강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다. 우울증 환자에게 10분 동안만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 더 심한 우울감 속으로 빠져든다.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인생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잘못된 부분에만 관심을 더 집중하게 만들 뿐이다. ‘나는 누구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남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난 왜 행복하지 않을까?, 난 왜 만족스럽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깊이, 오래 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 가끔은 오래 고민을 하다보면 뭔가 대단한 통찰을 얻은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제야 내 인생이 어디에서부터 꼬였는지 알게 되었다’거나, ‘나는 절대로 이 직장에서 잘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거나, ‘마음의 상처는 죽어도 해결 못할 거다’라는 결론이 번쩍 하고 떠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정답이 아니고, 설혹 정답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음에 무거운 짐 하나만 더 늘어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