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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하리의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
Syzygy. [신해욱. 문학과지성사] 본문
1. 허와 실
X축 위에는 사람이 없으니까
외줄을 타자.
그럴까.
*
그런데 나는 어떤 길이의 릴레이에
이렇게 속하고 만 것일까.
시간은 왜 이토록 따뜻하게
보통빠르기로 보조를 맞추는 것일까.
초읽기에 들어가서도
나를 버리지 않는 것일까.
*
좌표를 읽은 것 같다.
미래를 팔아 동정을 산 것 같다.
썩은 동아줄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는 것만 같다.
깊은 소외감을 추슬러
fuck, 나는 기껏 운다.
2. 중력의 법칙
저는 아이작 뉴턴을 만나야 합니다.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너는 죽지 않아. 다만 꿈이 깨질 뿐이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구부린 등 위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게 되었습니다.
*
다행히도 그것은
이불 속에 파묻혀야만 생각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땀을 뻘뻘 흘리다가
실물보다 큰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몸이 점점 부족해지게 됩니다.
저의 머릿속에는 솜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흉내 내는 것처럼 어리석어 보입니다.
*
저는 아이작 뉴턴에게 물어볼 것이 많습니다.
아무리 팔이 길어져도
어째서 한번 가라앉은 것은 손에 닿지 않는 걸까요.
죽은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해도 안 될까요.
날개가 달린 꿈을
제가 꿀 수는 없는 겁니까.
이불 속에는 저 말고
무엇이 또 있는지요.
3. 무언극
"이제 그만하자."
그는 매번 똑같은 얼굴을 하고 내 앞에 나타나
이렇게 말을 한다.
순서를 기다려
假聲으로
애원을 한다.
*
그래. 나는 그의 말을 따르고 싶었다. 이제
그만하자.
그가 뱉은 말의 뼈들이 흩어져 있는 무언극 속으로 들어가
내가 하지 않은
어떤 것을 후회하고 싶었다.
뼈가 없는 영혼처럼 모로 누워
다음과 다음다음과
그다음을 미리 기억해두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기꺼이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의 옷을 덮고 개꿈을 꾸고 싶었다.
*
그만하자. 이제 그만. 그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자꾸 페이스를 잃는다.
시험에 든다.
나는 내 실수의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
있었던 것과
있었을 것과
있을 수 있는 것을 구분할 수가 없다.
대본을 잃고 나는 그만
아름다움에 오염될 수밖에 없다.
4. 이렇게 앉은 자세
있잖아. 이렇게 탁자 앞에 앉아
숨겨 두었던 팔을 꺼내 머리를 묻으니까
땅속에 숨은 기분이 된다.
땅속에는 깊은 줄거리가 있다고 하지.
실을 따라가듯 줄거리를 짚어가면
나는 제3의 인물이 된다고 하지.
줄거리의 끝에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고 해.
그러니 내 옆의 의자에 앉아
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으면 좋겠다.
밤을 새워주었으면 좋겠다.
눈을 가리고 만든 물건들 속에는
내 손이 섞여 있을 거야.
눈을 가리고 그린 그림 속에서
나는 너를 더듬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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