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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하리의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

오랜만에 만나서 다같이 밥먹고, 보드게임하고, 커피마시고. 서로에게 어울리는 색으로 골라준 매니큐어를 바르고 다음에는 만나기를. 근데 분명 지금 여름인데 내 매니큐어 컬러는 가을이네. 의도치 않은 색 선정이었다.
www.youtube.com/watch?v=8DnV9h-m66Q&feature=share 카페에서 원두를 샀다. 어제 날짜로 로스팅 되어 그런지 맛이 약하다. 에티오피아산 커피라 그런지 수색도 그리 짙지 않다. 이 커피는 마치 첫물차같다. 가을에 딴 찻잎으로 만든 홍차와 봄에 딴 찻잎으로 만든 홍차의 수색이 다르듯이 로스팅을 강하게 한 원두와 약하게 한 원두는 맛뿐 아니라 수색도 차이가 있다. 요즘 내 책상 위에는 머그컵이 두개가 올라와 있다. 하나는 대만에서 산 우롱. 하나는 회사 아래 카페에서 산 원두 커피. 회사에는 커피필터나 드리퍼가 없기 때문에 원두 커피를 차처럼 우려 마신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커피도 차처럼 마시고 있다니, 왠지 웃기다.
권여선의 실버들 천만사 中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었으면 좋겠어. 난 세상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 눈에 안 띄고 싶어. …… 당분간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 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 마지막 자존심이고.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 아직 안 일어났지만 일어난 것 같은,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미치겠어. 어느날 엄마가 죽고 없는데 나 혼자 낯선 길 위에 서 있는 거야. 어떤 때는 캄캄한 방에 누워 있는데 엄마는 죽고 없는 거야. 그러면 가슴이 아파서 도저히 숨을 못 쉬겠어. …… 알아. 엄마 보면 날 사랑하는 거 맞아. 날 사랑해서 힘든 게 보여. 나도 엄마 사랑해. 그래서 힘들어. 근데 엄마, 내가 머..
정재학의 정지한 시간을 고정시키기 위한 각주 3 中 나만 보았던 아버지의 생전 마지막 모습, 가쁜 숨으로 흔들리시며 인공호흡기를 끼우던 그때 투명한 유리막 사이로 내가 힘내라고 주먹을 불끈 들었을 때 아버지도 천천히 함께 주먹을 들었다. 사람에게 슬픔저금통이 있다면 그때 꽉 차버린 것 같다. 묻어버리고 찾고 싶지 않은 슬픔저금통. 이년이 되었지만 그 마지막 순간을 어머니와 형제들에게 아직 말하지 못했다. 사람에게 슬픔저금통이 있다면 그때 꽉 차버린 것 같다. 이 부분을 읽으며 시인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알 것 같아서 가슴이 메었다. 그 형용할 수 없는 슬픔. 턱턱 막혀와 숨쉬기 힘든 그 느낌. 눈물. 더이상 그 감정에 처박힌 채로 살고 싶진 않지만, 가끔가다 올라오는 것은 참 견디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