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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하리의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
모신 하미드 -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민음사] 본문
C. 나는 햄튼에 있어요. 오늘은 해변에서 여러 사람들과 같이 빈둥거렸어요. 나는 혼자서 산책을 하러 갔죠. 바위 사이에 작은 웅덩이가 있었어요. 당신은 웅덩이를 좋아하나요? 나는 좋아하거든요. 웅덩이는 작은 세계같아요. 완벽하고 독립적이고 투명한 작은 세계 말이죠. 거기선 시간이 정지된 것 같아요. 그런데 파도가 밀어닥치면 뒤에 남은 새로운 고기들과 함께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죠. 여하튼 내가 돌아가자, 모두가 나한테 어디 갔었느냐고 묻더군요. 그때서야 나는 내가 오후 내내 거기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일종의 초현실이었어요. 당신이 생각났어요. -E (63p)
"예니체리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나요?" "없습니다." 그가 설명했어요. "예니체리는 오스만 제국에 사로잡혀 당시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였던 이슬람 군대에서 군사 훈련을 받은 기독교 소년들이었어요. 그들은 사나웠고 대단히 충성스러웠죠. 그들은 그들 자신의 문명을 없애려고 싸웠죠, 그들에겐 돌아설 곳이 달리 없었어요." 그는 담뱃재를 재떨이에 떨면서 물었어요. "미국에 몇 살 때 갔죠?" "대학에 다녔으니, 열여덟 살 때였어요." "훨씬 나이가 많았군요. 예니체리들은 늘 어렸을 때 잡혔지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으면 새로운 제국에 충성하는 게 훨씬 어려웠을 테니까."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어요. (133~134p)
또한 나는 덜 생생한 건 아니지만 훨씬 덧없이 열중한 적도 있었어요. 한번은 장마철 때, 길 옆에 난 타이어 자국에 웅덩이가 생긴 걸 본 적이 있었어요. 비가 와서 그 작은 호수의 둑이 넘치고 있었어요. 그 한가운데에 돌 하나가 섬처럼 자리 잡고 있었어요. 나는 에리카가 그걸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했어요. 스쿠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당한 충돌 사고도 생각나는군요. 그때 집에 돌아와 옷을 벗으니 옆구리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더군요. 문득 그녀도 한때 그 자리에 멍이 들었었다는 게 떠오르더군요. 나는 거울 속 나를 바라보며 내 살갗에 손을 대어 봤어요. 결국 없어지겠지만 그 멍이 너무 빨리 사라지지 않았으면 싶었어요.
그런 여정들은 내게 자신의 테두리가 어떤 관계에 의해 흐릿해지고 침범당하면 되돌리는 일이 늘 가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는 전에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자율적인 존재로 되돌아갈 수 없는 거죠. 우리의 일부는 이제 밖에 있고, 외부의 일부가 이제 우리 안에 있는 거죠. 당신이 나를, 헛소리 지껄이는 미치광이 바라보듯 보는 걸로 보아 비슷한 경험이 없는 것 같군요. 나는 우리가 모두 하나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에요. 곧 당신도 확실히 알겠지만 사실 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벽을 세우는 것에 반대하지 않아요. 다만 내가 돌아왔을 때 했던 행동의 일부를 설명하려고 한 것뿐이에요. (151~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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